그날 남서울CC 스코어는 말하지 않겠다. 그냥 그런 날이 있다. "밥이라도 제대로 먹자." 그 말 하나가 이날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차로 20분쯤 달려 도착한 곳은 용인 처인구 금령로93번길, 용인 중앙시장 골목 안이었다. 골목 사이로 파전 굽는 냄새와 닭볶음탕 양념 냄새가 뒤섞여 코로 먼저 들어오는 집, 꽃피면달이생각나고. 이름도 사연이 있을 것 같은 이 노포가 그날 망친 라운딩을 완벽하게 보상해줬다.

용인 토박이들만 알던 시장 골목 숨은 집
꽃피면달이생각나고는 용인 중앙시장 골목에 자리한 노포다. 외부에서 찾아가기엔 골목 안쪽이라 살짝 헤맬 수 있는 위치지만, 그 덕분에 오랫동안 용인 토박이들 사이에서만 조용히 회자되던 집이기도 하다. 남서울CC에서 차로 20분 안팎, 용인 처인구 시내 방향으로 내려오면 된다.
이 집의 내력이 재미있다. 교사 부부가 시작했고, 용인 김량장동의 오래된 여인숙 건물을 식당으로 개조해 문을 열었다고 한다. 그 세월이 고스란히 건물에 배어 있어서, 마당을 가로질러 식당 내부로 들어가는 구조 자체가 일반 식당과는 결이 다르다. 낡은 담벼락과 오래된 나무, 그 사이를 지나 들어서는 느낌이 마치 누군가의 집에 밥 먹으러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저녁 5시부터 자정까지만 영업하고 예약도 받지 않아서, 주말 저녁엔 1시간 웨이팅도 각오해야 한다는 후기가 많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메뉴는 두 가지면 충분하다
메뉴판 앞에서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닭볶음탕과 해물파전, 딱 두 가지다. 여기에 동동주 한 주전자를 곁들이는 것이 이 집의 정석이다. 닭볶음탕은 반 마리와 한 마리 중 선택할 수 있고, 일행 수에 맞게 주문하면 된다.
라운딩 후 운전자가 있는 자리라 술은 패스했지만, 동동주 없이도 이 집의 진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닭볶음탕 한 마리와 해물파전 하나를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주방에서 곧바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동안 마당의 오래된 풍경을 바라보며 앉아 있으니, 라운딩 내내 쌓였던 짜증이 어느새 스르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장소 자체가 가진 힘이 있는 집이었다.
달지 않고 맵칼한 닭볶음탕, 밥 한 공기가 모자랐다
해물파전이 먼저 나왔다. 두께부터 남달랐다. 일반 식당의 해물파전이 얇게 부쳐 나오는 것과 달리, 이 집 파전은 속이 꽉 찬 두께로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식감에, 해물이 아낌없이 들어가 한 조각만 먹어도 든든했다. 명물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첫 입에 알았다.
이어서 등장한 닭볶음탕은 냄비 가득 빨간 양념 속에 닭고기와 감자, 양파가 담겨 나왔다. 국물을 한 술 떠 맛보니 달지 않았다. 요즘 닭볶음탕들이 단맛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달지 않고 칼칼하게 매운 맛이 특징이었다. 깔끔하게 치고 올라오는 매운 기운이 라운딩으로 지친 몸을 깨우는 느낌이었다. 닭은 크고 양이 푸짐했으며, 양념이 고기 속까지 배어 있어 한 조각 집어 먹을 때마다 국물이 흘러내렸다.
밥을 말아 먹어야 진짜 이 집 닭볶음탕을 즐기는 것이라는 걸, 국물 절반쯤 비웠을 때 깨달았다.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공기 추가를 외친 것은 나였다. 마지막에는 고슬고슬한 밥을 냄비에 볶아 먹는 것으로 마무리. 눌은 밥 특유의 고소함에 남은 닭볶음탕 양념이 더해지면서 한 그릇을 더 먹은 셈이 됐다. 이쯤 되면 스코어 따위는 기억에서 지워진다.
방문 전 꼭 알아야 할 것들, 이 집 공략법
몇 가지 꼭 짚어두고 싶은 것들이 있다.
첫째, 영업시간이 저녁 5시부터 자정까지라는 점이다. 이른 라운딩을 마치고 바로 오기엔 이른 시간이라, 오후 라운딩이거나 저녁 약속을 따로 잡는 용도로 동선을 짜는 것이 맞다. 남서울CC 인근에서 오후 라운딩을 마치면 딱 저녁 5시에 맞출 수 있는 타이밍이다.
둘째, 예약을 받지 않으므로 주말 저녁에는 웨이팅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른 저녁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이 현명하다.
셋째, 시장 골목 특성상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전화번호는 031-336-6035이며, 예약은 따로 받지 않으니 참고하자.
스코어가 나쁜 날, 동반자와 말없이 술잔 대신 동동주 주전자를 기울이고 싶을 때, 이 집이 떠오를 것 같다. 다음엔 꼭 동동주와 함께 다시 오겠다고 마음먹으며 골목을 빠져나왔다. 생각해보면 골프는 결국 이런 것 아닐까. 18홀이 끝난 자리에서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밥 한 끼, 그게 라운딩의 진짜 마무리다. 꽃피면달이생각나고는 그 마무리를 완성해줄 수 있는 집이다. 용인 골프장 근처 맛집을 찾는다면, 클럽하우스 식당 대신 이 시장 골목 노포를 꼭 기억해 두시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매장 정보
- 상호: 꽃피면달이생각나고
- 위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금령로93번길 9-1
- 대표 메뉴: 닭볶음탕 (반마리/한마리), 해물파전, 동동주
- 영업시간: 매일 16:30~23:30 (일요일휴무)
- 전화: 031-336-6035 (예약 불가)
- 특징: 여인숙 개조 노포, 용인 중앙시장 골목, 주차 협소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 인근 골프장: 남서울CC, 레이크사이드CC, 용인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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