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뭐먹지?

[곤지암맛집] 렉스필드cc 라운드후 발견한 9천 원의 행복, 향촌건업리묵집 도토리묵밥

by 골프엔맛집 2026. 7. 16.
반응형

 

지난 주말 여주 렉스필드 CC에서 라운딩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클럽하우스에서 간단히 먹을까 하다가 동반자 형님이 "동곤지암 IC 나가기 전에 기가 막힌 묵밥집이 있다"며 핸들을 돌렸다. 골프장 주변의 흔한 제육볶음이나 국밥은 이제 좀 질리던 참이라 묵밥이라는 단어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오늘 소개할 향촌건업리묵집. 동곤지암 IC 바로 앞, 그냥 지나치기 쉬운 시골 동네에 자리한 이 허름한 묵집이 이날 라운딩의 진짜 하이라이트가 될 줄은 몰랐다.

동곤지암 IC 앞 시골집, 첫인상은 물음표

가게 앞에 도착하니 오래된 시골집 그 자체의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 바로 옆이라 들어오는 입구에서 살짝 긴장해야 했지만, 매장 앞 넓은 공터에 주차 걱정 없이 차를 댈 수 있었다. 문발을 걷어내고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옛 가정집을 개조한 내부가 세월을 고스란히 입고 있었다. 솔직히 첫인상은 물음표였다. '이 집이 그렇게 유명하다고?'

그런데 벽에 붙은 방송 출연 이력이 심상치 않았다. SBS 생방송투데이에 소개된 집이었고, 90년대 후반 맛기행 프로그램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어림잡아 30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온 노포였다. 이 집의 자부심은 단 하나, 100% 국내산 도토리로 주인장이 직접 쑤어내는 묵이다. 요즘 묵밥집 중에 묵을 직접 만드는 집이 얼마나 될까. 물음표는 서서히 느낌표로 바뀌기 시작했다.

메뉴판 정독, 골퍼들의 주문 공식

메뉴판은 단출하면서도 알찼다. 대표 메뉴인 도토리묵밥이 9,000원, 겨울 시즌 한정 메밀묵밥이 10,000원, 도토리묵무침 20,000원, 꿩찐만두 6,000원, 메밀 전 5,000원, 묵사리 추가는 4,000원이다. 눈에 띄는 건 전복닭볶음탕과 전복한방백숙(각 70,000원). 실제로 이스트밸리 CC에서 라운딩을 마친 골프 모임이 몸보신용으로 전복한방닭볶음탕을 미리 주문해 두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리의 주문 공식은 정석대로 갔다. 인원수대로 도토리묵밥, 그리고 사이드로 꿩찐만두와 메밀 전 하나씩. 이 조합이 이 집을 찾는 단골들의 국룰이라고 한다. 기본 찬으로 김치, 고추장아찌, 열무, 나물, 그리고 맛보기 묵 한 접시가 깔렸는데, 밑반찬부터 시골 할머니가 내어주시는 듯한 정겨운 맛이었다. 특히 맛보기로 나온 묵 본연의 쌉싸름하고 탱글한 맛에서 이미 승부는 끝났다는 확신이 들었다.

도토리묵밥 한 그릇, 라운딩 피로가 녹는 맛

드디어 등장한 도토리묵밥. 채 썬 도토리묵 위에 오이, 김, 송송 썬 김치가 올라가고 시원한 육수가 자작하게 부어져 나온다. 국물부터 한 술 떠보니 살짝 김치 맛이 도는 새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육수가 입안을 깨웠다. 기름기가 있는 듯하면서도 전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데, 묘하게 자꾸 당기는 맛이다. 입맛에 따라 간장을 더해 먹어도 좋다.

주인공인 묵은 기대 이상이었다. 직접 쑨 묵이라 그런지 시중 묵과는 차원이 다른 진한 도토리 향이 올라왔고, 쓴맛 없이 탱글탱글한 식감이 후루룩후루룩 넘어갔다. 여기에 밥을 말아먹으니 18홀 내내 쌓인 피로가 사르르 녹는 기분. 고기 회식과 달리 몸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는 점도 묵밥의 큰 매력이다. 라운딩 후 무겁지 않게, 그러나 든든하게 속을 채우고 싶을 때 이만한 메뉴가 없다.

사이드로 시킨 꿩찐만두는 담백한 꿩고기 소가 꽉 차 있어 묵밥과 찰떡궁합이었고, 메밀 전은 얇고 고소해서 막걸리를 부르는 맛이었다. 물론 운전 때문에 막걸리는 다음 기회로 미뤘지만, 대리기사님을 부르는 한이 있어도 다음엔 꼭 곁들여보리라 다짐했다. 묵밥에 만두, 전까지 배부르게 먹어도 1인당 만 원 초중반. 그린피에 지갑이 얇아진 골퍼에게 이보다 착한 마무리가 있을까.

방문 팁과 함께 들르면 좋은 주변 코스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정보를 정리해 본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이고, 매달 둘째·넷째 월요일은 정기휴무이니 헛걸음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주차는 가게 앞 공터와 뒤편 공간을 이용하면 되고, 테이블이 많지 않은 아담한 규모라 단체라면 미리 전화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 겨울에 방문한다면 시즌 한정 메밀묵밥도 놓치지 말 것.

위치가 동곤지암 IC 바로 앞이라 렉스필드 CC는 물론 이스트밸리 CC, 큐로 CC, 로제비앙 CC 등 인근 골프장 어디서든 귀갓길에 들르기 좋은 동선이다. 길 건너에는 보리밥으로 유명한 건업리보리밥도 있어서, 이 작은 동네가 알고 보면 곤지암의 숨은 밥상 골목인 셈이다. 화담숲이나 곤지암리조트 나들이 후 소머리국밥 대기가 길다면 이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허름한 시골집에서 만난 정직한 한 그릇. 화려하지 않지만 직접 쑨 묵의 힘은 생각보다 오래 여운이 남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동반자들과 나눈 대화의 절반이 스코어가 아니라 묵밥 이야기였다면 설명이 될까. 다음 라운딩 부킹보다 이 집 재방문 날짜가 먼저 기다려 진다.


매장 정보

  • 상호: 향촌건업리묵집
  • 위치: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광여로 826 (건업리 351)
  • 대표 메뉴: 도토리묵밥 9,000원 / 꿩찐만두 6,000원 / 메밀 전 5,000원 / 전복한방백숙·전복닭볶음탕 70,000원
  • 영업시간: 매일 10:00~21:00 (매달 2·4번째 월요일 휴무)
  • 전화: 031-762-8467
  • 특징: 100% 국내산 도토리 직접 쑨 묵, SBS 생방송투데이 소개, 주차 가능
  • 인근: 렉스필드 CC, 이스트밸리 CC, 화담숲, 곤지암리조트, 건업리보리밥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