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스타벅스가 있는 골프장, 자유CC에서의 아침
토요일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오늘은 여주 자유CC에서 라운딩이 있는 날이었다. 서울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달리니 가남읍 자유그린길에 자리한 골프장 입구가 보였다. 국내 골프장 최초로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카트를 타고 지나며 보니 그 이색적인 풍경이 새삼 신기했다. 곧게 뻗은 페어웨이 위로 아침 안개가 살짝 걷히고 있었고, 산을 그대로 품은 듯한 코스는 언듈레이션이 은근히 까다로워서 원퍼팅을 쉽게 내주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만큼 비즈니스 골프 모임의 성지로도 유명하다더니, 곳곳에서 정장 대신 캐주얼한 골프웨어를 갖춰 입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미팅을 겸한 라운딩을 즐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30만 평에 달한다는 넓은 부지를 걷다 보니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이곳의 조경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알 것 같았다. 동반자들과 티샷을 주고받으며 4시간 넘게 걷다 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 있었고, 배 속에서는 요란한 신호가 울리기 시작했다.

소박한 정육점 간판 뒤에 숨은 골퍼들의 성지
라운딩을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대충 요기를 할까 하다가, 함께 온 지인이 "여주까지 왔으면 꼭 가야 할 데가 있다"며 차를 돌렸다. 향한 곳은 가남읍 태평로에 자리한 만우정육점. 골프장에서 차로 10분 남짓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였다. 겉모습만 보면 그저 동네 정육점처럼 소박했다. 간판도 화려하지 않고, 주차장도 그리 넓어 보이지 않아서 처음엔 이곳이 정말 맛집이 맞나 싶은 의구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점심시간인데도 골프복 차림의 손님들로 테이블이 꽉 차 있었고, 다들 뭔가를 뚝배기째 후후 불어가며 먹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발렛 서비스까지 운영하고 있는 걸 보고서야 이곳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인근에 여주CC, 헤슬러 나인브릿지CC, 금강CC, 자유CC 등 골프장이 몰려 있어서 라운딩을 마친 골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집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서울 홍대 근처에도 분점이 생겼다는 얘기를 들으니, 이 작은 정육점 식당의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갔다.
오후 4시 전에만 만날 수 있는 점심 특선, 김치전골
메뉴판을 살펴보니 한우 생등심과 특수부위가 메인이었지만, 오후 4시까지만 주문 가능한 점심 특선 김치전골이 바로 내가 오늘 먹으러 온 그 음식이었다. 시간이 아슬아슬해서 서둘러 주문을 넣었다. 잠시 후 커다란 냄비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치전골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넉넉하게 들어간 돼지고기와 잘 익은 묵은지가 끓으면서 만들어내는 그 진한 국물 색깔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흔히 아는 김치찌개와는 확실히 결이 달랐다. 국물 한 숟갈을 떠먹는 순간, 묵은지 특유의 깊고 시큼한 감칠맛과 돼지고기 기름이 어우러지면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얼큰함보다는 진하고 구수한 쪽에 가까웠고, 라운딩으로 지친 몸에 스며드는 듯한 든든함이 있었다.
라면 사리와 장아찌 쌈, 놓치면 아쉬운 디테일
김치전골은 밥과 함께 먹어도 좋고, 라면 사리를 추가해서 얼큰하게 즐길 수도 있다고 해서 나는 망설임 없이 사리를 추가했다. 진한 국물을 흡수한 면발은 또 다른 차원의 맛이었다. 게다가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정갈했다. 특히 쌈에 곁들여 나온 장아찌는 느끼함을 확실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했는데, 다음에 고기를 먹으러 오게 되면 꼭 쌈 안에 장아찌를 넣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집은 직접 키운 소와 돼지를 정육해서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어서인지, 고기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매주 목요일에는 소를 직접 잡아서 신선한 천엽과 육회 같은 특별 메뉴도 맛볼 수 있다고 하니, 다음번엔 목요일에 맞춰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골프 후 허기를 채우는 가장 정직한 한 그릇
그날 함께 간 일행 중에는 골프를 오래 쳐온 베테랑도, 이제 막 필드에 재미를 붙인 초보 골퍼도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다들 김치전골 앞에서는 말수가 줄어들고 숟가락질만 바빠졌다. 라운딩 내내 나눴던 스코어 이야기도, 다음 홀 공략법에 대한 토론도 잠시 멈추고 다들 뜨거운 국물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골프장 근처 식당이라고 하면 보통 관광객 상대로 대충 차려내는 곳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곳은 정반대였다. 라운딩을 끝내고 허기진 배를 채우러 온 사람들에게 정직한 재료와 진심이 담긴 한 그릇을 내어주는 곳이었다. 평범해 보이는 정육점 간판 뒤에 이렇게 진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 자유CC에서 라운딩을 계획하고 있다면, 혹은 여주 근방의 다른 골프장을 찾을 예정이라면, 클럽하우스 식당 대신 잠깐 시간을 내어 이곳 만우정육점에 들러보시길 권한다. 특히 오후 4시 전에 도착할 수 있다면 김치전골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메뉴다. 필드에서 쌓인 피로가 뜨끈한 국물 한 그릇에 스르르 풀리는 경험,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그 만족감을 여러분도 꼭 느껴보셨으면 한다.
- 위치: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태평로 68 (가남면 태평리 775-3)
- 대표 메뉴: 한우 생등심, 한우 특수부위, 김치전골(점심 특선, 오후 4시까지 주문 가능)
- 운영 시간: 매일 10:30 - 21:00
- 특이사항: 매주 목요일 직접 소를 잡아 천엽, 육회 등 신선한 부산물 요리 제공
- 주변 정보: 여주CC, 헤슬러 나인브릿지CC, 금강CC, 자유CC 등 인근 골프장 라운딩 후 방문하기 좋은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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